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6년 무사고 장롱면허 종지부를 찍다 -1

베스트 드라이버

by 초이스리 2025. 3. 16. 12:00

본문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일주일이 흘렀다. 산후관리사 이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하루하루 엄마로 발돋움하고 있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장롱면허를 끝낼 기회다', '아기를 위해 못할 게 없지', '그까짓거 다시 용기를 내보자'라고.

내가 의지를 보이니 남편이 운전 연수할 곳을 찾아봐주었다. 여러 업체 중 홈페이지가 구색이 갖춰져 있고, 후기도 많더란다. 무엇보다 13년 째 운영이라는 짧고 굵은 소개글에서 믿음이 갔다. 그곳은 바로 맘스 드라이브.(광고아님) 기본 10시간 연수를 기준으로 자차는 30만원, 연수차는 이보다 아주 조금 더 비쌌다. 연애할 때 처음 사서 고이고이 아끼며 몰아온 남편의 차로 연수한다는게 망설여졌지만 어쩌겠나. 평일에 주차장에서 놀리는 이 차를 두고 새 차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연수할 동안 아기를 봐주실 산후 관리사님이 계시고, 나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게다가 남편도 기름을 꽉 채워응원해주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업체의 카톡 채널로 바로 문의하니 이렇게 안내했다.

연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최소 하루에 2시간 이상 총 3~5일 진행
-2,3개월 이내에 10시간만 소비하면 됨
-커리큘럼이 있으나 실력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경 가능
-원하는 코스나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담당 강사와 조율

아무것도 모르는 쌩초보도 가능할까?

가능하다. 브레이크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도 잊은 장롱면허 소지자도 연수받을 수 있다. 하면 된다. 하니까 됐다.

운전 연수 TIP

-몸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옷을 입고 타자. 가뜩이나 긴장한 몸에 두꺼운 외투나 거추장스러운 옷은 갑옷처럼 느껴질 뿐. 어쩔수 없이 입어야한다면 뒷자리에 벗어두는 것을 추천.
-쉬는시간에 당 충전할 간식이나 마실 것을 챙기자. 잔뜩 쫄았다가 풀어지면 금방 배가 고파진다. 나는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늘 강사님것도 챙겨다녔으나 이건 뭐, 연수생 자유.
-연수 받는 동안 뭐가 잘 안되고 어려운지 적극적으로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여러 방향을 제시해주신 덕분에 큰 도움이 됐다.

DAY 1

대망의 연수 첫 날.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더니 강사님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한 번도 이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주차장에 내려온 적이 없었는데, 심장이 콩알만해진 기분. 첫 날은 주차장만 돈다고하니 무거운 마음이 가뿐해졌다. 그래도 위험할 때 강사님이 도와주셔야하니 브레이크에 플라스틱 봉을 연결했다. 좌석을 내게 맞게 조절하고 핸들 잡고 꺾는 법, 브레이크를 밟는 법 등 쌩초보를 위해 하나하나 차분히 가르쳐주셨다. 중간 중간 크고작은 농담을 던져주셔서 어찌나 고마웠던지. 별별 오만가지 걱정으로 무서웠는데 운전 조금 재미있을지도? 라는 생각과 함께 쪼그라든 마음이 조금씩 풀렸던 것 같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나.
예상치도 못한 일이 생겼다.


자꾸만 차에서 엔진이 과열되었다는 안내문이 뜨고, 급기야 연기도 나기 시작했다. 강사님은 냄새도 조금 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연수 1시간 만에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냉각수가 새고 있었는데 이렇게 도로에 나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이 글을 누군가 본다면 연수 전에 카센터에서 차를 한 번 점검받는 것도 좋겠다. 결국 의욕 넘치는 운전 연수는 카센터에서 차를 가져가는 것으로 한 시간 만에 끝이 났다.

DAY 2

재정비된 차로 강사님을 만났다. 첫날 배운 걸 더듬어가며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다가 드디어 밖으로. 도로에 나갈 때는 강사님이 운전대를 잡고 한적한 곳까지 나가 바꿔탔다. 고작 몇시간 연수만에 이렇게 도로에 나와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잠시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내가 느껴졌다. 숨 쉬는 걸 가끔씩 까먹긴 해도 말이다…ㅎㅎㅎㅎㅎㅎㅎ 직선 도로 구간을 두시간 정도 연습했다. 정지선 앞에 서고, 단속 카메라를 유의하며 속도를 지키고, 유턴하는 법을 배웠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뿌듯! 강사님을 참 잘 만난 것 같다. 적절한 순간에 간결하고 명확한 조언을 주셨다. 연수 두번째 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