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출산이 예정돼 있어 오류동 삼성미래여성병원에 10시까지 내원해야 했다. 중요한 날이니만큼 헐레벌떡 가고 싶지 않아 일찍 일어나 차분하게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전신 거울 앞에서 화이트 셔츠를 입고 배가 잘 보이도록 셀카를 찍었다. 일주일 빨리 꺼내긴 했지만 배가 정말 남산만 했다. 매번 볼 때마다 신기한 내모습이다. 출산 당일 병원에 가기 전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임신한 자기 모습을 꼭 남겨두길 추천한다.
마지막에 압박 스타킹을 어디에 잘 넣어두고 못 찾아서 하마터면 병원에 가서 또 살 뻔했다. 다행이 찾아서 남편이 신겨주었다. #제왕절개 출산 시 폐색전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니 꼭 챙길 것.
프론트에 접수하고 병실을 먼저 안내 받았다. 1인실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자리가 있었다. 하루에 23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모르는 사람과 부딪히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2인실과 금액적으로 차이가 컸지만 남편과 내가 조용히 쉴 수 있는 1인실로 결정했다.
입고 온 옷을 비닐에 넣고 수술복으로 환복했다. 태동검사를 했고 제모도 했다. 이미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고 갔지만 조금 더 정리당했다(?). 우리가 가져온 짐은 일단 분만실 안에 넣어두었는데 들어오는 간호사 분들마다 짐이 많은 걸 보니 초산인 걸 알겠다고 하셨다. 맞다.. 베개 커버도 싸가고 풀리오도 챙기고 가습기도 큰 사이즈로 가져가는 게 나란 인간인 것을. 하지만 챙겨간 건 야무지게 다 잘 썼다고 한다. 항생제 테스트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전혀 떨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11시가 다가올 수록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11시 되기 전 50분쯤? 수술실로 가자고 하셔서 오빠와 인사하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수술대에 누워 척추마취부터 진행했다. 역시 아프지 않았고(난 사실 내 심장소리만 들렸다) 약간의 찌릿한 느낌 정도만 났다.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웠더니 양팔을 고정해주셨다. 이때부터였나. 무섭기도 하고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들어 숨쉬기가 어려웠다. 그랬더니 간호사 분이 내게 긴장을 푸는 호흡법도 따로 알려주셨다.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엄마와 아기 건강하게 출산 도와주는 베테랑 분들이니 걱정 말라는 따뜻한 격려의 말도 해주셨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건 수술실 분위기. 수술을 집도하는 주치의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다들 분주하게 수술을 준비하면서도 오고가는 대화가 즐거워 보였고 서로 배려하시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취가 되자 아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수술이 시작된다고 했지만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막상 아기가 나올 때는 덜컹덜컹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기 다 나왔어요" 라고 말해주시며 안도하게 해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솟구쳤다. 무슨 마음이라고 해야할까. 아 이제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좋으면서도 임신 중 힘들었던 기억이 막 스쳐지나가며 울컥했던 것 같다. 선생님들이 아기가 예쁘게 깎아놓은 감자 같다고 하시며 칭찬해주시고 이어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심한 감기에 걸려있다가 이제 좀 낫고 있던 시점이라 아기를 품 안에 안아볼 순 없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아기를 안아 보여주셨다. 안경을 낄 수도 없어 흐릿한 시야가 아쉽기만 했다. 내가 너무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니 선생님이 빨리 재워주시겠다고 하며 수면마취를 진행해주셨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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